[천왕봉]9월이 오면

변옥윤 (논설위원)

2020-08-24     경남일보
풍년을 예감하며 가을걷이를 준비할 즈음이다. 오곡과 백과는 남은 양광에 기대어 수밀도를 한껏 끌어올려 자양분을 저장하고, 들판은 점차 황금빛으로 물들어 간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같잖다. 긴 장마에 태풍, 미증유의 코로나19로 지칠대로 지쳤는데 또다른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할 것이라고 한다. 참 속절없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코로나19가 다시 창궐할 조짐이다. 최근 1일 확진자가 다시 400명 선으로 늘어나고 있다. 정은경 질본본부장은 아직은 정점이 아니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2단계 거리두기가 시행되기가 무섭게 3단계를 거론하고 있다. 정부기관과 병원, 관공서도 뚫려 공무와 진료가 중단되고 있다. 의료휴업까지 겹쳐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쉽게 끝날 재앙이 아니다. 세계가 백신개발에 목을 메고 있지만 개발에 성공해도 반복해서 맞아야 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견해이다. 영국의 면역학 권위자 마크 월포트는 코로나는 영원히 인류와 함께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9월이 오고 있다. 그러나 추석을 앞둔 단대목 단경기는 기대할 수 없을 듯하다. 오히려 체불임금에 코로나가 가로막고 있는 추석귀향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2차 재난지원금지원이 논의되고 있는 것을 보면 풍년농사와 명절을 앞둔 설레임은 두려움으로 변해가고 있다. 쉽게 지나갈 재앙이 아닐 바에야 긴 호흡으로 헤쳐나갈 지혜가 필요하다. 차오르는 달이 원망스러운 근래에 보기드문 9월이 오고 있다.
 
변옥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