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사중고(四重苦)

정영효 (논설위원)

2020-08-26     경남일보
여름 더위가 가고 신선한 가을을 맞는다는 처서(23일)가 지났음에도 폭염이 기승이다. 장마가 길었듯이 폭염도 길어진다. 기상청에서 발령하는 폭염특보가 이제는 더 이상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일상적인 일이 됐다. “어제도 그랬듯이 오늘도, 내일도 날씨가 덥겠지”하면서 모두가 체념한 상태다.

▶올해 폭염은 이미 예고됐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글로벌 기후 보고서’ 6월호에서 “2020년이 역대 따뜻한 해 5위 안에 들어갈 확률이 매우 높다”며 폭염을 예고했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가 재확산돼 전 국민이 전염병의 두려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태풍 바비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폭염과 코로나, 태풍이 오기 전에 집중호우가 우리나라를 먼저 초토화시켰다. 폭우에 의한 피해 규모가 역대급이었다. 긴 장마가 끝나 수해복구가 한창인 상황에서 폭염이 국토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수해와 무더위 속에서 전염병까지 덮쳤다. 코로나19의 확산이 고통을 넘어 불안감·두려움을 더 배가 시킨다. 국민적 고통 강도가 역대급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수해, 폭염, 전염병의 삼중고 상황에서 이번에 몰아친 태풍 피해까지 사중고를 겪고 있다. 견디기가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는 더 힘들다.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사중고의 원인은 우리가가 제공했다. 자연을 파괴하고, 훼손한 댓가다. 그리고 사중고는 육체적·경제적·정신적 약자층에 더 큰 고통을 주고 있다.
 
정영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