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작심 비판’에 “그래도 예배는…”

교회지도자 16명과 간담회 “특정교회, 음모설 몰상식” 한교총 ‘종교의 자유’ 강조

2020-08-27     이홍구

문재인 대통령과 기독교 교회 지도자가 27일 청와대에서 간담회를 가졌지만 코로나19와 관련된 방역과 종교의 자유 문제를 두고 일부 입장 차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국 교회 지도자 16명을 만난 자리에서 일부 교회의 ‘대면 예배’ 강행 등과 관련, “적반하장” “몰상식”이라는 표현을 쓰며 강하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특정 교회에서 정부의 방역 방침을 거부하고 방해를 하고 있다”며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교회의 이름으로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극히 일부의 몰상식이 한국 교회 전체의 신망을 해치고 있다”며 “온 국민이 피해를 입고 있지만 가장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바로 기독교”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적어도 국민들에게 미안해하고 사과라도 해야 할 텐데 오히려 지금까지 적반하장으로 음모설을 주장하면서 큰소리를 치고, 여전히 정부 방역 조치를 거부하고 있다”며 “8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재확산의 절반이 교회에서 일어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역은 신앙의 영역이 아니고 과학과 의학의 영역이라는 것을 모든 종교가 받아들여야만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에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회 공동대표 회장은 “정부가 교회나 사찰, 성당 같은 종교단체를 영업장이나 사업장 취급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특히 김 회장은 문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어떤 종교적 자유도, 집회의 자유도, 표현의 자유도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면서까지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점에 우려를 표했다. 김 회장은 “종교의 자유를 너무 쉽게 공권력으로 제한할 수 있고, (예배) 중단을 명령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려 크게 놀랐다”며 “신앙을 생명같이 여기는 이들에게는 종교의 자유는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코로나가 한두 주, 한두 달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볼 때 대책이 없이 교회 문을 닫고 예배를 취소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며 “전체 교회의 (예배를) 막는 현재의 형식은 오래가지 못하며 정부도 부담이 될 것이고 교회도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신 김 회장은 예배를 하면서도 방역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교회의 협력기구를 설치해 힘을 모으자고 제안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대한의사협회의 2차 총파업과 관련해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국민들에게 불안과 고통을 주고 있다”며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의료인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다는 것은 전시상황에서 군인들이 전장을 이탈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에 대해서도 “의대생 개인에게도 막대한 손해가 일어나고 국가적으로 큰 부담이면서 큰 손실이 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로서는 한편으로는 의대와 진정성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법과 원칙대로 임하지 않을 수 없는. 정부가 가진 선택지가 그렇게 크게 있지 않다”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의료계의 파업 첫날인 전날 “원칙적 법 집행을 통해 강력히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이홍구기자 red29@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