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개성

박철수 (진주장애인복지센터 진주소담마을 원장)

2020-09-09     경남일보

 

나에게는 조금 특별한 개성(?)이 하나 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중학교 2학년쯤 신체검사에서였다. 그냥 평범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던 일상들에서 혼돈을 가져오게 되고, 한때는 나를 낳아준 부모를 원망하기도 했었다. 그것은 교실의 칠판이 검정색이 아닌 초록색이라는 것, 즉 나는 색맹·색약이었다. 이렇게 조금은 특별한 것은 학교 진학이나 각종 시험 응시에도 요즈음과 달리 제약을 받기도 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치료가 불가능하지만 일상생활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위안을 갖기도 했다.

가끔 여행을 할 때면 좋은 풍경에 감탄을 하고 즐기기도 하지만 일부러 시간 내서 단풍구경을 즐기지는 않게 되었다. 자연 환경과 풍경이 싫어서가 아닌, 동행 하는 이의 눈으로 보여 지는 것이 나와는 다르다는 사실과 이로 인한 자격지심(?)이었으리라.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나의 눈은 여전히 그대로이고 보여 지는 것도 그대로이다. 노안이 와서 시력이 나빠지고 흐리게 보이는 것 외에는….

지금은 내가 가지고 있는 개성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똑같은 사진이나 똑같은 풍경을 보고 각자에게 보여지는 것에 따라 생각이나 느낌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항상 할 수 있다는 것과 그로 인해 가급적이면 남들의 느낌이나 생각을 들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경험하고 학습해 온 것에서 습관화 되어 버린 것들이 마치 정답처럼, 정상처럼, 명확한 것처럼 사고하지 않도록 다양한 시각이나 관점에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특별한 개성이다.

같은 상황 속에서도 다양한 가치관과 사고가 존재하고, 이를 인정하고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어 내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며,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다양한 의견과 사고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소통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필요로 하고 다양한 기술도 습득하고 활용하여야 한다.

많은 의견과 생각이 존재한다는 것은 달리 생각하면 다양한 방법과 많은 방안들을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원활한 소통은 아니어도 최소한 나와 다른 의견이나 생각이 존재하고 이를 인정 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여야 할 것 같다.

풍성하고 결실의 계절인 가을의 문턱에서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 지는 지리산의 아름다운 단풍을 나도 경험해 봤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박철수 진주장애인복지센터 진주소담마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