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부견자

2020-09-17     경남일보
삼국지의 영웅 관우와 장비는 자식들도 아비를 닮아 훌륭한 장수가 되었다. 명장 관흥과 장포다. 촉한 황제 유비는 이를 흐뭇해하면서 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호랑이는 강아지를 낳지 않는 법(호부무견자 虎父無犬子)’이라며 아우들과 조카들을 추겼다.

▶유비에겐 멍청한 아들 아두(阿斗)가 있었다. 훗날 유비를 이어 2대 황제가 되고 제갈공명의 저 유명한 출사표를 받은 그 군주다. 유선은 황제 자리를 물려받고도 나라를 건사하지 못해 위나라에 뺏겼다. 그래놓고 사마소가 제공하는 쾌락에 빠져 희희덕거리며 세월을 보냈다. 보내며 잃은 나라와 아비에 대한 생각이라곤 조금도 하지 않았다(낙불사촉樂不思蜀).

▶이럼으로써 유선의 아명 아두는 만고에 ‘아둔한 자식’의 대용어가 되고 있다. 아둔하다는 순 우리말도 여기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 유비 부자의 이 이야기에서 ‘호부견자’란 말이 생겼다. 호랑이 아비에 개의 새끼란 뜻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아버지는 훌륭하나 자식은 못났다는 조롱이다.

▶고 김대중 대통령 아들인 민주당 김홍걸 의원이 공직자 재산신고가 성실치 못해 구설에 올랐다. 10억 원이나 누락해 신고했다거나 집이 사실은 네 채인데 세 채만 신고했다는 것 따위다. 김 의원은 부친의 노벨평화상 상금까지 가져가 형제간에 송사 중이다. 이런 일에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이 ‘호부견자’를 들이댔다. 소속당은 윤리위에 회부했다. 변명을 하는 모양이지만 세상의 눈이 이렇다. 심히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겠다. 정재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