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희망을 노래하라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2020-09-21     경남일보
미스터 트롯의 정동원이 부른 ‘희망가’가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이 노래는 영국의 춤곡과 미국의 찬송가, 일본의 진혼곡(鎭魂曲)으로 세상을 떠돌다가 1920~1930년대 한국의 유행가가 되었다. 처음엔 ‘탕자자탄가(蕩子自歎歌)’로도 불렸던 이 노래가 희망의 아이콘이 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데, 왜냐하면 탄식적 가사와 애절한 곡조가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기 때문에. 그래서 희망이란 항상 밝은 현상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민망한 것 중 하나가 졸업한 학생들이 학창시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니 커서 뭐가 될래”라고 다그쳤던 학생이 20~30년 뒤에 어엿한 회사의 중역이 되어 찾아오거나 맨날 사고만 치던 학생이 사업가 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럴 땐 학생의 단편적이고 파편적인 행동을 가지고 그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예단한 나의 안목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비록 나를 포함한 특정 교사만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그룹 비틀즈 리더였던 존 레논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의 담임 의견란엔 ‘무슨 일을 하여도 실패할 것이 뻔하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그가 세계적 가수가 된 것을 보면 교사들의 안목이 탁월하지만은 않은 것 같기에 교사는 학생의 일면만 보고 그의 품성이나 장래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숨어있는 잠재적 능력을 살펴야할 것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희망적 미래를 점쳐야할 것이다.

우리네 인간이 만물의 영장(靈長)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희망을 노래했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는 것이다. ‘스페로 스페라(spero spera)!’, ‘숨 쉬는 한 희망은 있다’는 말도 있고, 러시아의 시인 푸시킨은 ‘폭풍이 부는 들판에도 꽃은 피고 지진 난 땅에도 샘은 솟고, 초토 속에서도 풀은 솟아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작금의 코로나 사태나 불안한 국내·외 정세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절망적 상황을 내면화하여 극복의 의지를 키우고 희망을 노래해야 한다. 징징대거나 남의 탓만 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