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대정부 질문

2020-09-22     김응삼
국회 본회의 회기 중 기간을 정해 국회의원이 정치·외교·행정·경제·사회·통일·문화 등 국정 전반 또는 국정의 특정 분야를 대상으로 정부에 대해 질문을 한다. 대정부 질문은 제헌국회 때부터 실시됐다.

▶대정부 질문은 군사독재정권 시절엔 야당의 유효한 투쟁의 장이었다. 언로가 막혀 있고 정권의 감시가 심했던 시절 정권의 비리, 인권유린 등에 대한 폭로가 이어졌다. 1966년 김두한 의원의 국회 오물투척 사건과 1995년 박계동 의원의 노태우 전 대통령 4000억원 비자금 폭로 사건도 대정부 질문을 통해 밝혀졌다. 그러나 민주화가 성숙되면서 대정부 질문의 품격이 떨어지고 있다. 정곡을 찌르는 질의나 핵심을 파고드는 폭로는 보기 어렵고 고성과 반말, 양 진영으로 갈려 벌이는 패싸움 같은 정치공세만 되풀한다.

▶대정부 질문은 의원 한명이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 답변을 제외하고 13분 동안 일문일답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21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13분 동안 질문하나 하지 않고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변호만 했다. 이에 박병석 국회의장은 “원칙적으로 대정부 질문은 정부 측과의 일문일답을 원칙으로 한다”고 경고했다. 야당 의원들의 대정부 질문도 별반 다른 게 없다. 상대방 정곡을 찌르는 질의나 핵심을 파고드는 질의보다는 변죽만 울리면서 말실수를 물고 늘어지는 수준이다.

▶대정부 질문은 국정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해 국정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점을 해소함으로써 정부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한다. 우리 정치사를 돌이켜보면 대정부 질문을 통해 역사를 바꾼 사례도 많다. 대정부 질문의 격을 높여야 입법부의 권위도 살아난다.

김응삼 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