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마아트(Maat)

한중기 (논설위원)

2020-09-24     한중기 논설위원
앞서 달리던 경쟁자가 막판 실수로 코스를 잘못 들자 결승선 바로 앞에서 멈춰 경쟁자에게 동메달을 양보한 철인 3종 선수를 향해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였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얼마 전 스페인 트라이애슬론 대회에 출전한 21살 청년 멘트리다가 보여준 놀라운 양보이자 공정의 진정한 가치를 행동으로 실천한 장면이었다.

▶기원 전 1300년경 작성된 이집트의 ‘사자(死者)의 서(書)’에는 심장과 깃털의 무게를 저울질하는 그림이 있다. ‘양심’을 상징하는 죽은 자의 심장과 ‘정의’의 여신 마아트(Maat)를 상징하는 깃털을 올려놓은 저울이 평형을 이뤄야 내세의 영혼이 구원받을 수 있다고 해서다. 진실한 삶의 무게가 사후를 결정짓는다는 의미다.

▶공정하고 진실한 삶의 소중함은 동서고금 변함없다. 어릴 적 부모로부터 양보정신을 배웠다는 멘트리다 선수는 “결과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당연히 그래야 했다”며 “경쟁자는 동메달을 받을 자격이 있었고, 이렇게 하는 것이 더 정의롭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공정과 정의는 말이 아니라 실천할 때 빛난다.

▶제1회 청년의 날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BTS 등을 초대해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면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무려 37번이나 언급했다. 당장 “청년뿐 아니라 국민을 우롱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현 정권이 보여준 불공정 사례에 대해 빈말이라도 사과하고 ‘공정’을 언급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허언은 아니함 만 못한 법이다.
 
한중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