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가족

2020-09-24     경남일보


하루가 저물고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크고 작은 마스크들
오늘도 제 할일 마치고
나란히 쉬고 있다  
           -마경덕(시인)



가족관계를 증명이라도 하듯 집집이 장소를 달리하여 간격을 유지하고 있는 마스크. 21세기 전대미문의 풍경인지도 모른다. 중단할 수 없는 일상을 위하여 어디든 함께 한 마스크는 코로나19 예방법의 최전선이었다.

불안한 징조와 함께 서막을 알린 코로나19가 펜데믹(범 유행) 상태를 지나, 전염력이 강한 두 질환이 동시에 발생하는 투윈데믹에 이르렀다. 가을의 문턱을 넘어가며 독감의 합세가 위협을 가하는 것이다. 백신이 나오기까지는 종식의 때를 그 누구도 가늠치 못하는 상태다. 하지만 절망 앞에서도 꺾을 수 없는 희망이 있지 않은가. 일체감을 갖고 지혜롭게 대응해 나갈 때, 최고의 백신은 바로 인간의 존엄성을 으뜸으로 여기는 휴머니즘인 것이다. 먼 후일, 저 한 장의 가족사진이 우리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그나저나 ‘오늘 하루도 다들 수고하셨습니다’/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