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김정은과 계몽군주

2020-09-27     이홍구
계몽군주는 계몽 사상가의 영향을 받아 합리적이며 개혁적인 정치를 추구하는 군주를 말한다. 계몽주의는 비판정신을 바탕으로 민중의 몽매함을 이성에 따라 깨우친다는 사상을 담고 있다.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2세, 오스트리아의 요제프 2세 등이 이 사상에 영향받은 계몽군주로 꼽힌다.

▶북한이 우리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사살하고 시신마저 불에 태워 훼손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북한 김정은을 계몽군주라고 미화했다. 유 이사장은 “이 사람(김정은) 진짜 계몽군주 맞는데… 내부의 상황이나 자기 자신의 입지나 이런 것들이 갖는 어려움 때문에 지금 템포 조절을 하는 거냐, 아니면…그냥 스타일이 좀 다른 독재자일 뿐인 거냐, 이런 질문을 제가 참 자주 받았는데…내 느낌에는 계몽군주 같아….”라고 했다.

▶현대 경영학을 창시한 학자로 평가받는 피터 드러커는 계몽군주(철인왕 哲人王)는 위장된 독재자의 변형된 형태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계몽전제군주는 전지전능의 천재성을 갖추고 백성을 통치하는 지배자이며, 보다 우월한 인물이 열등한 사람들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일성 유일지도체제의 핵심인 주체사상에는 이같은 세습왕조의 변질된 계몽사상이 기저에 깔려있다. 80년대 ‘위수김동(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를 외친 운동권 주사파의 심리상태도 본질은 마찬가지다.

▶고모부를 총살하고 이복형을 독살하고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한국의 민간인을 무참히 사살하고 훼손한 김정은에 대한 맹목적 미화는 삐뚤어진 우상화의 한 형태일 뿐이다.

이홍구 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