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묶인 배

2020-10-04     경남일보
묶인 배 /정영주



줄이 미는 곳까지만 자유다

아니 구속이다

출렁, 물결이 미는 쪽으로

몸이 가다가 다시 돌아온다

묶인 줄 길이만큼의 목숨이 흔들린다

다시 오지 못하더라도

툭, 줄을 끊고 싶은 저 가없는 몸짓

묶인 자유가 풀린 구속을 바라보는 바다 곁에서

예까지 아무 기표 없이 흘러온 것을 본다

끝없이 나는 배로 묶여 있고

다만 줄이 가는 곳까지 흔들릴 뿐이다

바다가 저만치 갔다가 다시 와서

묶인 줄을 한 번씩 건드리고 간다

몸이 튕겨질 때마다

일렁이던 악기였던 몸을 기억한다

햇빛이 뜨거워질수록 물빛은

숨 막히게 푸르르고

푸르러 갈 수 없는 몸의 오지

시선만 그 금을 깨고 수평선을 넘나들다 온다

사는 일이 묶인 줄이어서

기껏해야 줄이 견디는 곳까지만 선택이다

-----------------------------------------------------

기껏 해야 목에 걸린 줄의 길이만큼의 자유,

묶인 속박이 그 둘레의 한계를 정해놓고 제한된 허용치의 거리만 준다.

우린 가끔씩 그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한계치에서 버둥대어도 보지만

그 몸부림 끝을 다시 돌아다보면 언제나 그 탄력에 맴돌아

제자리일 뿐이다.

지독한 일탈,

줄을 풀고 대양으로 나섬과 표류의 염려는 일상의 영원한 고민.

저 푸른 유혹과 인내의 타협으로 어정쩡하게 견디는 게 현실이다.



그래, 익숙한 이만큼 까지만 살아라,

줄의 선택이다.

아니다 올가미의 능력이다.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