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노벨상

2020-10-11     경남일보
노벨상 선정은 전년도 가을부터 시작된다. 물망에 오른 수천의 연구소와 인물 중 분야마다 100명 이상의 후보자가 선정된다. 저명 전문가들로 구성된 노벨위원회는 촉탁위원들에게 맡겨 한차례 추린 뒤 남은 후보자들의 세부심사를 전 세계명망 높은 전공자들에게 의뢰한다. 거기서 선발후보자명단(shotlist)을 작성하고 최종심의기구인 노벨위원회에서 결정한다.

후보에 수없이 오르고 수상을 못한 경우는 많다. 독일 물리학자 아르놀트 조머벨트(1868~1951)는 81회나 올랐다. 노르웨이 물리학자 빌헬름 비에르크네스도 54회, 독일 광학자 프리드리히 파센은 45회 올랐으나 못 받았다(노벨상 스캔들/하인리히찬클). 수년에 걸쳐 여러 분야, 여러 대학·기관의 추천이 겹친 거지만 이 정도면 수상 자격은 된다는 뜻이다. 노벨상 충분조건은 업적뿐 아니라 행운도 필요한가 보다.

아인슈타인은 노벨상을 받긴 했으나 그의 상징인 상대성이론이 아니라 뜻밖에 양자론 분야 공로였다. 당시 굴스트란드라는 노벨위원회 위원이 상대성 이론을 폄훼하자 아인슈타인을 지지한 다른 위원이 반대 극복을 위해 상대성 이론 대신 광전효과에 대한 논문을 제안했던 거다.

오늘 경제학상이 발표되면 올해 노벨상 시즌도 막을 내린다. 화학상 후보로 이름이 올랐던 서울대학교 현인택 교수 수상이 무산됐다. 코로나와 국내 상황의 답답함으로 지친 국민들이 내심 갈망한 소식이었건만 노벨상은 또 한 번 비껴가고 말았다. 우리는 선망의 이 과학상을 언제 받게 될까. 아직도 그 우스꽝스러운 이그노벨상에 만족해야 하는 걸까. 정재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