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선물

강동규 (함안 삼칠농협 과장)

2020-10-15     경남일보

 

함안에서 배우자와 함께 텃밭에 농사를 지으며 동시에 학원을 운영하는 친구가 추석 전에 고구마 한 박스를 보내왔다.

그리고 다른 친구는 첫 수확이라며 쌀 한 말을 보내왔다. 정성어린 선물에 사뭇 고맙기도 하면서 미안하기도 하다.

고구마를 보낸 친구는 오른손 장애를 가졌다. 그래서 여름에도 늘 긴 옷을 입고 다닌다. 남들처럼 여름에 짧은 옷을 얼마나 입고 싶을까 하는 생각에 늘 안쓰러웠다. 하지만 그는 항상 남을 배려한다. 한 손 없이 세상을 산다는 것에 개의치 않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면서 도우려한다.

작년 봄 그의 학원에 들른 적이 있다. 배우자는 초·중등 학원 강사이고 친구는 노란 봉고차를 운행하고 있었다. 친구는 강의 받는 학생을 통학 시키는 역할을 하며 부부가 생계를 유지하는 셈이다.

학원은 면 지역 시골이라 수강 학생도 많지 않은데다 수강료도 많이 받을 수 없는 형편이었다. 게다가 학생들은 학원비도 제때 내지 않아 매월 임대료를 겨우 맞추면서 빠듯하게 운영하고 있다. 친구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농촌에 교육봉사를 한다는 생각으로 학원을 운영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형편이 더 어려워졌을 것이다.

쌀 한말을 보내 준 친구는 배우자와 함께 슬하에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집 인근에 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데 올해는 긴 장마와 이어진 폭우 등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어 거의 실농한 상태다. 고추가 물러터지고 낙과한 상태에 그나마 인건비가 너무 올라 좀처럼 수확하기도 곤란한 지경이다. 인건비가 싼 외국인을 고용한다 해도 수확 시 일당을 지급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쌀을 나에게 보내온 것이다.

세상을 사는 모습은 모두 다르다. 저마다 계획이 있고 실천이 있다. 나는 농협에서 일을 하면서 두 친구에게 마음이 담긴 소중한 선물을 받았다. 돌이켜보면 나는 친구들에 비해 몸이 불편하지 않음에도 가끔 식사를 같이 하는 걸 제외하고는 그들에게 해준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항상 미안하고 고마운 생각을 갖고 있다.

이제 친구들에게 행복한 삶을 빌어 드리고 싶다. 오늘보다 밝은 내일을 꿈꾸며 더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는 친구들이 되도록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시골의 순수한 농심으로 살면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사는 친구에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

강동규/함안 삼칠농협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