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소년의 마음

2020-10-22     경남일보

 

애타는 마음을 어떻게 전하지

손으로 휘저어 물결로 전할까

조약돌 주워서 몰래 던져볼까

냇물은 쉼 없이 흘러만 가는데.

-이현우(부산시)



황순원 작가의 탄생 100주기가 되던 2015년, 황순원문학촌 소나기 마을에서 9인 9색 ‘소나기’ 이어쓰기 사업을 통해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법한 첫사랑의 설렘을 선사한 적 있다. 윤 초시의 증손녀가 던진 조약돌을 주워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매만졌던 소년의 마음을 작가와 독자 모두 공감하고 있는 까닭이다.

손가락 사이로 강물을 흘려보내며 쪼그리고 앉은 한 여인의 모습 속에서 문득 그때의 소녀를 발견한 이현우 작가.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은, 아직 끝나지 않은 자신만의 애타는 그때 소년의 마음으로 슬며시 디카시로나마 흘려보내는지도 모른다. 소녀의 죽음을 기점으로 한 첫사랑의 눈부신 기적 같은 이야기로 세월을 거슬러지는 못했지만 아직도 소녀의 주위를 맴돌고 있는 변함없는 소년의 마음이 읽히는 디카시다. 이 작품은 2020 황순원디카시공모전에 참여하여 수상한 작품이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