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의 포엠산책]또 다른 사랑

2020-10-25     경남일보
또 다른 사랑/곽재구

보다 자유
스러워지기 위하여
꽃이 피고
보다 더 자유
스러워지기 위하여
밥을 먹는다
함께 살아갈 사람들
세상 가득한데
또 다른 사랑 무슨 필요 있으리
문득 별 하나 뽑아 하늘에 던지면
‘쨍’ 하고 가을이 운다.

------------------------------------------------------------------

짧은 속에 긴 울림이 심장을 두드립니다. 지금은 가을이 익어가는 중이고요. 감나무는 부지런히 감을 익힙니다. 너른 들판을 바라보는 허수아비 입가에 웃음이 고입니다. 길들이 순한 계절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동안 가을은 보이지 않은 활동으로 넘쳐납니다. 그 사이 꽃은 피고 지고 더 자유롭기 위한 우리는 밥을 먹습니다. 함께 살아갈 사람이 가득한 세상에서 또 다른 사랑은 특별한 의미가 없습니다. 어느 계절에 있든 어떤 꿈을 꾸든 익어가는 계절과 사람은 하나의 공간입니다. 하지만 공간은 또 다른 공간을 만듭니다. 별 하나 뽑힌 그곳은 끊임없는 일탈을 갈망하는, 보다 자유, 보다 더 자유로워지기 위한 또 다른 우리가 만들어가는 세상은 아니겠는지. 보잘 것 없는 생각으로 시간을 허비합니다. 그리하여도 “가을이 운다.” 한 구절이 온통 한생이라는 걸 알고 있었을까요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