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힘내! 가을이다 사랑해

변옥윤 (논설위원)

2020-10-26     경남일보
우리나라 최고령 여의사 한원주씨(94)가 최근까지 요양병원의 병든 환자들을 돌보며 하던 말은 ‘힘내! 가을이다. 사랑해’라는 말이었다. ‘낭만닥터’로 불리었던 그녀가 지난달 마지막 날 소천했다. 동료의사였던 남편이 사망하자 곧바로 개업의 생활을 접고 일생을 의료봉사에 몸바쳤던 천사와 같은 삶이었다.

▶“어떨 때는 사랑만으로도 병이 낫습니다”. 의사로선 할 수 없는 말일는지 모르지만 그녀의 지론이었고 소신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전재산과 의료봉사의 공으로 받은 상금 1억원마저 사회에 환원할 수 있었고 온 몸으로 히포크라테스를 실천할 수 있었다.

▶그녀가 충절의 고장 진주출신인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녀의 양친은 독립운동가였다. 의사였던 아버지를 도와 어머니도 독립운동에 참여한 선각자이자 애국자였던 것이다. 그녀의 의료봉사는 아버지의 뒤를 따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해방후에는 한센병과 감염병 퇴치에 전념해 온 부모의 모습에 감화받은 영향이다.

▶올해의 가을은 특별히 서로를 격려하고 사랑을 나눠야 할 것 같다. 코로나와 독감이 겹치면 속수무책이다. 노약자들에게는 더욱 관심이 강조된다. 독감백신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사랑과 관심이 의심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가을은 회상과 이별, 그리고 고독의 계절이지만 그럴수록 힘내고 사랑하라는 한 원장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변옥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