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공정사회

이수기 (논설위원)

2020-10-27     경남일보
법집행-인사-경쟁-분배 등 완벽한 공정사회는 꿈일지도 모른다. 군사반란정부시절 관공서에 ‘정의사회구현’ 구호가 걸려 있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비정상이 정상, 불공정이 공정으로 여겨질 정도로 병증이 깊다. 심지어 법치와 불법도 혼동한다.

▶공정한 사회는 법치보다 몇 길 위다. 신분·학력·지연 등에 차별을 배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장애인, 소수자,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좀더 많은 기회 보장을 원칙으로 한다. 공정에 대한 논쟁이 뜨겁지만 자꾸 입살에 오르내리는 게 좋은 현상은 아니다. 공정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건 역설적으로 사회가 그만큼 공정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공정은 공평하고 올바름을 뜻한다. 나이, 성별, 계층, 직업 등 모든 것을 망라한다. 세상은 혼자 사는 곳이 아니라 특권과 반칙이 거침없이 통하면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 성숙한 민주사회에서 공정은 당연한 가치 기준이다. 공정을 들먹이지 않아도 공정한 사회가 바로 민주화된 사회다.

▶공정한 사회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충족시키지 않은 지도층이 국민을 향해 구호만 내세운다고 해서 실현될 수 없고, 동서고금을 막론, 국가 흥망성쇠를 결정짓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올 들어 전직 장관,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등의 가족 비리 의혹이 도덕성 논란을 넘어 실정법 위반 여부를 다투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권력자가 과도한 힘을 발휘하는 건 공정성의 잣대가 아니다.

이수기·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