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말의 길

2020-11-02     경남일보
말의 길 /백순금

수많은 길이 있듯 말에도 길이 있다
헐겁게 던진 불씨 앙금의 싹을 틔워
철심에 맞닿은 말투 가부좌를 틀고 있다
정으로 내려치듯 명치끝 저며올 때
입속에 돋은 가시 핏빛 날개 돋았지만
무시로 삭인 불덩이 갈 길을 잃고 눕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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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씨불대는 말씀이 급소에 박힌 못이 되어 진저리 칠 때가 있다. 날마다 도지는 상처를 껴안고 불덩이로 살면서도 저 교활한 눈빛과 찢어진 주둥이를 어쩌지 못해 끙끙 될 경우도 많다, 차마 맞대응하지 못하는 내 자존이 부끄럽게 병이 되어 중하게 앓기도 한다, 말(言)의 사고는 역사도 바꾼다, 한 치 혓바닥 때문에 온 동네 목숨들을 다 내 놓은 경우도 허다하다지만 그래도 그 병은 간단치가 않다. 그 화근은 신이 인간과 함께 만들었고 결국 함께 거둘 수밖에 없는 일이다. 세상은 그러고 그러면서 이만큼들 살아간다.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