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비대면시대의 가을

변옥윤 (논설위원)

2020-11-02     경남일보
가을 풍경은 눈부시다. 정겹다. 시골길 담장 너머 노랗게 익은 감 주렁주렁 매단 감나무,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구절초, 떨어져 땅에 뒹구는 낙엽, 샛노란 은행잎. 어느 것 하나 정겹지 않은 것이 없다. 지금은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 아쉬움이 추억을 소환한다.

▶부산에 살고 있는 중·고교 동창들이 ‘고향의 가을이 그립다’는 핑계로 진주를 찾겠다는 전갈이 왔다. 내친김에 경상대병원 앞에서 진양호까지 강변을 따라 걸어며 고향의 가을에 흠뻑 취해보고 싶단다. 어린시절, 멱감고 피리잡던 고향의 강이 눈앞에 삼삼거린다고 한다.

▶비대면시대의 가을 나들이 패턴의 변화를 보는 듯 하다. 진주의 가을축제도 시대에 맞게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소규모로 바뀌었고 현장보다는 온라인 실시간 나누기에 무게가 실렸다. 가을축제의 풍성함과 요란함이 사라져 아쉽지만 나름 뜻과 정성이 담겨 의미를 찾는다. 가을을, 축제의 계절을 그냥 보내기에는 아쉬움이 남아 소망등에도 불을 밝혔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단계가 5단계로 세분화 됐다. 너무 복잡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올 겨울을 무사히 넘기려는 당국의 고뇌가 엿보인다. 미국과 유럽이 늘어나는 감염자를 감당못해 도시폐쇄수준의 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을 보면 코로나의 2차 대유행 위험은 분명 현실이다. 그래도 우리는 범위내에서 가을을 느낄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한번 쯤은 한적한 시골길이라도 걸으며 가는 가을을 느끼고 회상에 잠겨보는 것도 비대면시대의 가을나기가 아닐까.
 
변옥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