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숀 코너리

정재모 (논설위원)

2020-11-04     경남일보
지난주 타계한 ‘007 히어로’ 숀 코너리에겐 재밌는 일화가 많다. 체격이 좋고 볼 감각이 뛰어나 배우 생활 초창기 축구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할 기회가 있었다는 것 따위다. 90 생애에 누군들 숨은 얘기가 없을까마는 ‘세기적 미남’에다 그야말로 전설적 스타여서인지 그에 얽힌 일화들이 사후에 새삼 떠돌고 있다.

▶영화 ’반지의 제왕’ 간달프 역을 제의받고 거절했다는 일화는 영화인들 사이에는 꽤 알려진 얘기다. 1999년 당시 뉴라인 시네마는 영화수입의 10~15%의 개런티 지불을 제안했다. 만약 응했다면 약 4050억 원을 받았을 거다. 하지만 그는 촬영 기간 18개월 동안의 뉴질랜드 체류가 부담되어 거부했다는 것. 돈보다 삶의 질을 택한 것이다.

▶007 첫 작품부터 내리 6편에 제임스본드로 출연하여 세계적 명성과 부를 얻었지만 007을 스스로 벗어버린 비화도 있다.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007역에 매몰되는 게 싫다며 배역을 던지고 과감히 홀로서기를 택한 거다. 하여 그는 ‘더록’ ’붉은 10월’같은 명작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연기 중의 안면 부상 흉터로 자칫 위험해진 배우 생명을 수염으로 살렸다는 풍문은 놀랍다. 나이 들면서 사뭇 벗겨지는 이마에 머리카락을 심는 애달픈 수고를 한 적도 있다. 결국 대머리 이미지로 잘 변신했지만 미남 배우도 한때 외모 콤플렉스를 겪은 거다. 2003년 뉴욕 관광 땐 8시간 운전해준 기사에게 팁을 달랑 5달러만 건넨 게 보도돼 ‘스코틀랜드 구두쇠’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사망 10여 년 전부터는 치매를 꼭꼭 숨기며 살았다. 인생무상인가.
 
정재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