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비밀번호 자백법

2020-11-15     이홍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최근 한동훈 검사장을 겨냥해 이른바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법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한 검사장이 압수된 자신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검·언 유착’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며 피의자가 휴대폰 비밀번호 제출거부시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는 “헌법상에 명시된 ‘불리한 진술(혹은 자백)을 강요받지 않을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추 장관의 헌법상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법률 제정 검토 지시를 규탄하며, 즉시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도 “국민의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 법무부 장관이 수사 편의적인 발상으로 국민의 인권 침해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형사소송의 원칙 중에 ‘자기부죄거부’의 원칙이 있다. 미국 수정 헌법 제5조는 ‘누구든지 형사 사건에 있어서 자기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도록 강요받지 아니한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우리 헌법에서도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는 묵비권 규정을 두고 있다. 휴대폰은 위치추적이나 이메일, 통화 기록 등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를 포함할 수 있어 휴대폰 비밀번호 공개를 강제하는 것은 사실상 자백 강요나 심리적 고문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앞서 수사를 받을 때 휴대폰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 추 장관이 처벌대상으로 삼는 ‘비밀번호 제출거부’ 행위에 해당한다. 조국 전 장관이 행사하고 있는 진술거부권 역시 처벌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추 장관을 향해 “장관님, 차라리 고문을 합법화하하세요”고 일갈했다. 5선 국회의원이며 판사출신 법무부장관의 헛발질을 언제까지 두고 봐야만 하나.

이홍구 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