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정자 기증 비혼 출산

한중기 (논설위원)

2020-11-18     경남일보
일본 출신의 방송인 사유리(41) 씨가 정자 기증으로 건강한 남아를 출산해 화제다. 결혼을 하지 않은 ‘비혼 여성’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그녀는 일본의 한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과 출산에 성공했다. 국내서는 기증받은 정자를 이용한 미혼모의 임신·출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유리 씨는 “산부인과에서 ‘자연 임신이 어렵고, 시험관 시술을 하더라도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했다. 당장 결혼할 사람은 물론 연인도 없어 고심 끝에 미혼모로서 아이를 키우기로 다짐했단다. 거짓말 하는 엄마가 아닌 아이에게 당당한 엄마가 되고 싶어 임신·출산 사실을 알렸다고.

▶현재 국내의 정자은행은 10개 미만이다. 모두 대형 병원에서 운영되고 있다. 정자수증과 관련한 명확한 법적 규정은 없다. 생명윤리법에 정자나 난자 채취 시 동의규정이 있을 뿐이다. 수증자의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우선 배우자가 없는 미혼 여성은 정자를 기증받을 수 없다. 사유리가 일본에서 정자 기증을 받은 이유다.

▶사유리 씨가 불붙인 ‘정자 기증 비혼 출산’ 논란이 뜨겁다. 각계에서 축하와 응원 메시지를 보내면서 ‘비혼 출산 합법화’ ‘구시대적 생명윤리법 개정’ ‘새로운 가족 형태 인정’ 같은 호응이 쏟아지고 있다. ‘결국 한 부모 가정’ ‘악용 가능성’ 등을 거론하는 부정적 시각도 일부 있다. 어떻던 더 열린사회로 나가는 단초를 제공한 사유리의 위대한 결정에 찬사를 보낸다.
 
한중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