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부동산 신조어

정영효 (논설위원)

2020-11-25     경남일보
정부가 지난 19일 극심한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 빈 호텔과 상가를 매입, 리모델링해 전세형 주택으로 공급하는 전세대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이 대책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에는 미흡한 것 같다. 호텔을 고쳐 전·월세로 내놓는 방안의 효과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호거(호텔 거지)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호거’는 일종의 신조어다. 신조어란 세태가 반영된 새로운 말을 일컫는다. 집값 혼란 탓에 유독 부동산 신조어가 많다. 폭등하는 집값·전셋값에 좌절감·박탈감·허탈감 등이 반영된 부정적인 신조어가 대다수다. 영혼까지 끌어 온 대출로 집을 산다는 ‘영끌’은 무주택자 불안감이 단적으로 표현된 신조어다. 집값이 급등하는 바람에 자산이 상대적으로 하락한 ‘벼락 거지’도 속출한다.

▶급등한 전셋값을 감당하는데 소득의 대부분을 지출하는 ‘렌트푸어’가 늘고, 아예 청약을 포기한 2030세대의 ‘청포족(청약 포기자)’은 분노하고 있다. 전세난과 높은 월세 등 주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부모와 집을 합치는 ‘리터루족(리턴+캥거루족)’도 급증하고 있다. 이외에도 ‘줍줍족’, ‘몸테크’ 등 다양한 부동산 신조어가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이들 신조어에서 무주택자와 서민들의 박탈감, 허무함, 분노감, 다급함, 불안감 등이 그대로 전달된다. 내집마련의 희망이 더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가 ‘부동산 블루(우울증)’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정영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