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쓰기] 경남도청 청년문화활동가 양성 프로젝트

‘청춘어람’ ‘동거동락’ 언어생활에 혼란줄 수 있어요 한자성어 비틀어 사용하는 말 지자체 사용 바람직한지 논란 ‘COP’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려워

2020-11-26     박철홍
지난 10월 9일은 574돌 한글날이었다. 한글날은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훈민정음을 반포한 세종대왕의 뜻을 기리기 위한 기념일이다.

이날을 앞뒤로 국내 거의 모든 언론은 특집 기사를 쏟아냈다. 주제는 대개 우리말 우리글을 아끼고 사랑하자는 것이다. 그러자니 자연스레 우리말 우리글을 애용하지 않는 기관이나 자치단체를 들추어 내기도 한다.

경남도는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치단체 가운데 하나이다. 경남도는 정책이나 제도, 행사 이름에서 외국어를 비교적 많이 섞어 쓴다. 정책이나 제도, 행사를 홍보하기 위해 내놓은 보도 자료에서도 외국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도민과 소통하고 도민의 참여를 이끌어 내려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쉬운 말을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남일보와 경상대학교 국어문화원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쉬운 우리말, 따뜻한 우리 정책’ 기획보도단은 경남도의 많은 보도자료 가운데 두가지를 살펴보기로 했다.

하나는 ‘청년 문화활동가 양성 프로젝트’이다. 이 사업은 청년 문화활동가를 양성해 도내 청년의 지역정착과 자립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문화 기획자를 도내 시군별 마을 공동체와 관련 참여시설에 파견해 문화 공동체 사업을 발굴하고 원활한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 계획서에는 낯설거나 어려운 외국어를 비교적 많이 쓰지 않았다.

경상대학교 국어문화원 관계자는 “경남도가 우리말 우리글을 잘 살려 쓰지 않는다는 비판을 더러 받곤 하는데 이번에 받아본 사업 계획 두 가지는 그런 비판을 불식시킬 만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조금 어려운 한자어나 외국어가 포함돼 있기는 했지만 대체로 깔끔하게 잘 작성됐다는 뜻이다.

국어문화원 관계자는 “청년 문화활동가 양성 프로젝트에서는 ‘청춘어람’이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이는 ‘청출어람’이라는 한자성어를 살짝 비튼 것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렇게 말을 비틀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말 운동 단체에서는 이런 말을 널리 쓰다 보면 본래 뜻이 왜곡돼 언어생활에 혼란을 준다고 지적한다. ‘동고동락’이라는 말 또한 텔레비전에서 ‘동거동락’이라고 쓰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다.

경남도의 ‘청년 문화활동가 양성 프로젝트’ 계획서의 2020년 세부 추진계획에는 연구모임을 가리키는 ‘COP’라는 말이 나오는데 무슨 말인지 바로 알기 어렵다.

아카데미, 프로젝트, 컨설팅, 네트워킹, 파티, 멘토링 같은 말도 나오는데 ‘컨설팅’은 ‘조언, 상담’으로, ‘네트워킹’은 ‘연결망, 연계망, 관계망’으로, ‘파티’는 ‘연회, 모임’으로, ‘멘토링’은 ‘후원, 상담, 지도’로 각각 바꿔 쓸 수 있다. ‘아카데미’는 정확히 무슨 뜻으로 썼는지 애매하다.


박철홍기자·도움말=경상대학교 국어문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