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세 날개

2020-12-03     경남일보
어떤 생을 살았든
똑 같구나

온기 식어버린 날개의 무게

-권현숙(수필가)



어떤 삶을 살다가 갔느냐에 따라 죽음의 무게는 다를 것이다. 그에 따른 평가는 남은 자의 몫일 수도 있으나 상대의 이해관계에 따라 가치가 다를 수도 있다. 여기 흰 나비와 새의 뽑힌 날개 그리고 작은 벌레를 포함해 세 날개가 물 위에 얹혀 있음을 목도하게 된다. 생의 파란이 고동쳤던 날개는 결국 나락으로 전복되는 것인가. 추락하는 순간 죽음을 받아 든 강물은 또 얼마나 뒤척였을까. 영상의 명료하게 와 닿는 날개의 무게를 통해 슬픔의 진화가 느껴진다.



위의 디카시는 ‘2020 제3회 경남고성 국제한글디카시공모전’ 수상작이다. 미국의 Atlas Obscura 잡지에 디카시가 소개되며 좋은 예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예술은 그 시대에 맞게 진화하고 있음을 더욱 알게 되는 순간이며 디카시가 그 중심에 있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