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제야(除夜)의 종

변옥윤 (논설위원)

2020-12-07     경남일보
연말이 어수선하다. 예년 같으면 거리의 인파, 잰걸음으로 바삐 움직이는 군상들, 백화점의 대규모 바겐세일, 곳곳에 설치된 크리스마스트리로 세밑을 실감하지만 올해는 거리 마저 한산하다. 밤문화가 중단되고 한해를 마감하는 송년회도 지난 날의 추억거리로 변했다. 기업의 70%가 아직도 내년의 사업계획을 세우지 못할 정도로 내일은 불확실하다.

▶모두가 코로나19 탓이다. 연초부터 기승을 부려 지구촌을 어둠에 가두더니 연말을 맞아 또다시 기승을 부려 서울은 2.5단계, 경남도 8일부터 2단계 경계조치에 들어 간다고 한다. 수능 후 대학입시의 본격시즌도 비상이 걸렸다. 마침내 보신각 제야행사도 취소됐다고 한다. 성탄절 이벤트를 꿈꾸던 젊은 이들의 낭만도 앗아가 버렸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은 한해동안의 묵은 기억들을 털어버리고 새로운 한 해를 희망으로 맞이하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기세는 그러한 희망을 잠재우고 있다. 오늘 동쪽에서 뜨는 해와 내일의 해가 다를 바 없지만 굳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새로운 다짐으로 심기일전하기 위함이다.

▶제야의 종이 멈추어도 새 날은 온다. ‘멈춤’속에서도 희망을 잃어선 안된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의식은 이제 변해야 한다. 제야의 의식은 예쁜 촛불 하나로 족하다. 이 블랙홀을 탈출하기 위해선 더 많은 인내와 지혜가 필요하다. 제야의 종이 없어도 새 날은 온다.
 
변옥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