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그 집 앞

2020-12-10     경남일보


그대, 잘 살고 있나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마주보고 있는 건 아닐까요

반사경처럼


-강옥(수필가)



길을 가다 반사경에 되비친 자신의 모습에 순간, 누구신지? 때때로 우리는 사각지대에서 추억의 대상을 소환하기도 한다. 숨죽이며 가만히 늙어가고 있는 오래된 집 한 채가 볼록렌즈에 담겨있다. 재재거리던 어린 새들을 멀리 더 높이 날려 보내고는 우두커니 서서 먼 하늘만 쳐다보는 그대. 그대 앞을 서성이고 있는 나!



‘그 집 앞’이다. 내부가 몹시 궁금해진다. 인기척의 유무와 관계없이 넌지시 안부를 묻고 싶어진다. “괜찮냐고! 별일 없냐고!” 내게도 물어주면 안 되는지, 반사경처럼 말이다. 여름 가고 가을 지나 겨울의 안팎을 오가는 동안 푹푹 내려앉는 그 집. 휘청휘청 눈발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고립에 갇혀 하얀 밤을 지새울 그 집. 그 집 앞을 오늘도 허둥지둥 지나는 중이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