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눈

2020-12-13     경남일보
/박영기

봄이 아닌데 봄, 봄, 봄, 버드나무씨앗들이 갓털을 달고
주저 없이 허공에 발을 내딛는다

땅에 닿으려는 발버둥이다
닿지 않으려는 안간힘이다

허공에 쓸리는 몸이 뜨겁나, 너무 뜨거워 온몸이 시리나,
허공을 밟는 발바닥이 타나,

일생일대
죽을 때가 제일 뜨거워

 
저것 봐, 땅에 닿은 몸이 반짝, 재도 안 남기지

주저 말고 따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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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층 높이에서 떨어질 때의 속도가 시속 80킬로라는 데 그 긴 시간 동안 무엇을 생각할까,

닿으려고 발버둥 할까, 닿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쓸까. 충격의 마지막 느낌은 또 어떤 것일까.

주저 없이 허공에 발을 내리는 일이나 줄을 끊고 구심점을 벗어나는 일들이 예사롭게 따라갈 일은 아니지만 다만 저 눈처럼 접지하는 순간 소멸하여버리는 마지막 에너지는 뜨거울 것 같다.

눈 내리는 상황을 재기 발랄하게 묘사한 시지만 읽는 사람은 이렇게도 받아들일 수도 있다.

시는 독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