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껏 뛰고 떠들고 웃기

허미선 (시인, 교사)

2020-12-14     경남일보
선생님의 한 해는 겨울방학으로 끝이 난다. 하루는 12월의 끝을 향해 쉼 없이 피었다 지곤 한다. 그만큼 방학이 어김없이 다가오고 아이들과 헤어질 날도 가까워져 간다. 아쉽다. 더 많이 나누며 생활했어야 하는데 더 많이 조심하느라 주고 싶은 마음 받고 싶은 마음을 하나 가득 채우지 못했다. 조심조심 친구에게 피해 주지 않기, 또 나에게 해롭지 않기를 바라며 마스크 낀 채 1년을 보내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끝자락으로 가고 있다.

문득 아이들이 뛰고 떠들고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거리 두기’로 저만치서 서로를 바라보고 공부하면서 다소 진중한 아이 어른인 듯 생활하는 모습에 익숙해져 있었다. 운동장이나 바깥 활동을 할 때 비로소 마스크 낀 채로 뛰고 웃어도 보고 큰소리도 쳐 보았다. 그렇게 코로나19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친구를 지키며 1년을 보냈다. 참 대견한 일이다.

아직 서툰 아이들이 서로를 위해 존중과 배려로 학교를 지켜왔듯 계산되지 않은 무수한 수고가 학교를 지켰다. 날씨가 차가워 몸을 움츠리고 다니던 어느 날 오후 급식소에 일이 있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급식소 안은 온통 대청소하느라 소위 말하는 난리가 났다. 아이들이 거리를 유지하며 마스크를 벗고 밥을 먹을 때 ‘서로 마주 보고 말하지 않기’ 지도에 골몰하며,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늘 먹는 둥 마는 둥 눈은 아이들을 향해 있었던 전쟁 같은 급식 시간을 끝으로 나는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이분들의 수고가 어떤 것인지를. 바닥을 밀대로 밀고 가는데 이 추운 겨울에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아이고, 코로나로 늘 대청소네요?” 하자, 웃으시며 “네~~” 하는데 하나도 싫은 기색이 없었다. 그분의 찬란한 삶의 빛이 가슴까지 파고들어 와 뭉클했다. ‘그래 이 와중에도 늘 맛있는 밥을 해 주시려 애썼지. 책상 소독을 하고 얼른 다음 학년 배식을 해 주셨지.’

2020학년도 학교는 이처럼 자신의 삶을 빛내는 무수한 자발적인 그림자 노동으로 지켜졌었다. 함께 했던 모두에게 서로 감사의 박수를 보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아이들의 겨울방학 숙제는 노아의 방주 같은 집에서 맘껏 뛰고 떠들고 웃는 것으로 충분하다.

허미선 시인,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