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폐족(廢族)

정영효 (논설위원)

2020-12-15     경남일보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의 과오와 당의 반성·성찰·자숙이 부족했다는 대국민사과를 했다. 이를 두고 전직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계승한 정치인들은 ‘사과가 낙인찍기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당의 미래를 위해 ‘폐족 선언’까지 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어사전에는 폐족이란 ‘조상이 큰 죄를 짓고 죽어 그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게 됨. 또는 그런 족속’으로 설명하고 있다. 폐족이란 말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안희정 참여정부 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이 2007년 12월 26일 홈페이지에 올린 칼럼을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안 위원장은 친노세력을 폐족이라고 칭했다.

▶폐족 선언 이전에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은 10%대까지 추락했다. 열린우리당은 제17대 총선 이후 치뤄진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를 포함한 모든 선거에서 패배했다. 이어 탈당 릴레이가 이어졌고, 2007년에는 59석으로 쪼그라들었다. 그 해 대선에서도 참패했다. 친노세력은 스스로 폐족을 선언했고, 집권세력으로 부활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국민의힘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 총선 모두 참패했다. 지지율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금 국민의 힘 처지가 참여정부 후반기 친노세력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신 폐족 선언’과 같은 처절한 반성과 성찰, 혁신이 없으면 국민의힘은 영원히 폐족이 될 수 밖에 없다.
 
정영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