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동의보감 새기는 서각인 유종환 명장

한글 목판본 재현작업 화제…첫 작품 4점 서울서 전시 내년 정식 법인 설립 추진, 판각 동참할 서각인 찾아

2020-12-15     원경복

 

산청에서 조선시대 의학서 ‘동의보감’을 한글 목판으로 재현하는 서각인이 있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주인공은 2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나무에 글을 새겨 온 서각인 유종환(65·중요무형문화재 제108호 목조각장 목아 박찬수 전수자)명장. 그는 산청군 오부면 자신의 작업장에서 ‘한글 동의보감 목판 재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유 명장이 이 작업을 시작한 것은 4개월 전의 일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동의보감을 한글로 새겨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

유 명장은 “서각으로 산청과 동의보감촌을 널리 알릴만한 일이 없을까 고민해 왔다”면서 “어느 순간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이 바로 판각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 동의보감도 그렇게 하고자 한글 번역본을 구해 나무에 새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미 첫 작품 전시회도 했다. 틈이 날 때 짬을 내 제작한 첫 작품 4점을 이달 초 서울 인사동의 ‘하나로 갤러리’에서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유 명장은 “당시 갓 완성한 동의보감 목판 4점과 다른 서각 작품 등 30여점을 전시했었는데 관람객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단순한 서각 작품이 아니라 세계기록유산 동의보감의 목판을 한글로 재현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 것이다.

유 명장의 고민은 앞으로 1500장에 달하는 방대한 양을 어떻게 완성하느냐이다. 워낙 많은 양이다 보니 혼자서는 작업이 힘들어 뜻있는 서각인들이 함께 해 주길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 4~5월께 마음을 함께 해 주실 분들과 정식으로 ‘한글 동의보감 판각’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힘을 보태주실 전국 각지의 서각인들은 물론 같이 서각을 공부해 온 지인들의 도움을 바라고 있다. 멤버가 구성되면 내년 5월부터 본격적인 판각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프로젝트가 자리를 잡고 본격적인 판각 작업이 시작되면 전시·시연 사업도 진행할 생각이다.

그는 “이달 말에 국회의사당에서, 또 내년 1월에는 코엑스에서 동의보감 판각 시연행사를 진행하려 했었는데 코로나 확산세로 행사가 취소됐다”면서 “코로나가 잠잠해져 동의보감 한글 판각 프로젝트에 동참할 서각인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 명장은 현재 프로젝트 추진에 힘을 보태고 있는 지인들과 함께 내년 3월께 산청군 오부면에 위치한 자신의 작업장에서 ‘한글 동의보감 목판 재현 프로젝트’ 시작을 알리는 작은 행사도 열 계획이다.

유 명장은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작품활동도 하고 봉사활동도 지속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어머니의 산 지리산과 한방약초의 고장 산청에 터전을 잡고 살아왔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 한다”며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이번 한글 동의보감 목판 재현 프로젝트를 무사히 성공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피력했다.

원경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