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지성감천

2020-12-17     경남일보
 

어떤 삶은

하늘을 울리고 맙니다


-여상욱(서울시)



추적추적 비가 바닥을 치고 있다. 그릇마다 담긴 푸성귀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온몸을 움츠려 잠시도 손을 놀리지 않는 노모. 예상치 못한 폭우에 펼친 전을 어쩌지 못하고 그저 비 그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나름 우산 아래로 몸을 바짝 당겨보지만 이미 흠뻑 젖어버린 등을 끝없이 바라보던 하늘이 눈물을 흩뿌리며 다독여 주고 있다.

이러한 풍경 앞에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주섬주섬 몇 가지를 담아 올 때가 있다. 비록 냉장고 안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할 때가 있지만 노모를 집으로 빨리 보내드릴 수 있어 행복하지 않던가. ‘지극한 정성에 하늘도 감동한다’라는 지성감천(至誠感天), 맘을 다해 정성껏 하면 하늘이 움직여 좋은 결과를 맺는다는 뜻이다. 그쳐라, 비!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손길이 이곳에 잠시 멈추기를. 부디 하늘이 끝까지 도와주기를.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