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2020-12-27     경남일보
간이역을 지나며.2

/김미윤



떠날 자 떠나게 하고 침목처럼 가라앉는
인연은 마침표 되어 적멸로 채워지리니
단색화 같은 세월이 허허롭게 걸린 역두
돌아올 수 없는 길로 흐린 기약은 흐르고
소소한 풍경 속에서 조각난 눈빛을 줍듯
바람 끝 일몰로 타는 저 만수받이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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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매듭을 맺으며 되돌아 본 삶의 궤적은 원근에 따라 판독이 다르다.

바람에 떠밀려 쉼표처럼 서녘 하늘에 서성 되는 반쪽 달처럼 달력 끝장에서 머뭇거리는 지금은 더욱 생각이 많아진다.

살아온 것들이 함부로 갈겨선 낙서장 같기도 하고 그래도 소중한 문장 몇 개는 구한 것 같기도 하고 과정을 결과에 대입하는 방식에 따라 답이 자꾸 흩뜨려진다. 그래도 철로의 침목처럼 단단하게 같이 했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고 우린 또 기착지를 정하지 않은 체 한 생의 간이역을 지난다. 저 고개 너머 분명 피안 (彼岸)이 있을 터.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