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가운 수리온 헬기 1조500억원 규모 계약

2020-12-30     경남일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방위사업청과 수리온 헬기 4차 양산(量産) 계약을 체결했다. 1조500억원 규모로 오는 2024년까지 납품을 완료할 것이라고 한다(본보 29일자 1면). 이는 수리온 50여 대 규모다. KAI가 독자기술로 개발한 수리온의 파생 헬기인 ‘마린온’의 추락사고 등으로 수리온은 수요처의 거부감을 받아왔다. 이런 터에 이번 양산 계약은 수리온이 이런 오명을 씻고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안겨 주고 있다.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이 계약과 함께 KAI와 방위산업청은 1121억원 규모의 수리온 수리부속 1차 성과기반 군수지원(PBL) 계약도 체결했다. PBL은 전문업체가 계약 품목에 대한 군수지원 업무를 전담해 성과달성 여부에 따라 성과금 또는 벌과금을 받는 제도로, 군수 MRO(항공기 정비)의 한 계약 형태이다. 이 또한 KAI와 이를 품은 지역으로서는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올해 세계적인 항공기 수요 급감으로 지역에 특화된 항공기 부품 산업이 크게 침체된 상황에서 이의 부활을 기대할 수 있겠기 때문이다.

PBL 계약으로 2025년 말까지 육군의 수리온 수리부속 1207개 품목에 대한 소요 예측과 수송 납품 및 수리 등 제반 업무를 전담하게 됐다. 여기에다 보다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점이 또 있다. 최근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MRO 사업에 눈독을 들이면서 정치권 등에서 논의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KAI와 방사청의 PBL 계약은 MRO 분야에서 사천의 독점적 지위를 한 켜 더 다진 것으로도 볼 수 있겠다는 점이다. 사천을 배타적 MRO 메카로 굳힐 기회로 보고 싶은 것이다.

이번 양산이 이 기종의 마지막 양산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번 대규모 계약을 발판으로 수리온이 군용뿐 아니라 관용 민간용 등 다목적 헬기로 확대 재생산될 수 있을 것이다. 모쪼록 이번 납품 계약이 잦은 대소 사고로 논란이 된 ‘과거’를 깨끗이 털고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자부심을 드높이는 일대 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