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불경기와 복고

2021-01-03     정만석
경기가 어렵고 삶이 힘들수록 사람들은 옛것에 대한 향수에 젖는다. 고단하고 힘든 삶을 살아가다보면 아름답게 미화된 과거에 기대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땐 그랬지’, 혹은 ‘그때가 좋았지’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위안을 찾는다. 현재 이 순간이 힘들수록 더 그렇다.

▶지난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어려웠던 몇 년 동안 이른바 ‘향수 마케팅’이 인기몰이를 했다. 2009년 펩시콜라는 196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옛날 모습의 제품을 내놓았다. 식료품 업체인 제너럴밀스도 시리얼 제품을 옛날 느낌이 나도록 포장했다. 일본의 자동차 업체 스바루에서 선보인 ‘나의 첫 차 이야기’ 캠페인은 소비자들에겐 감동이었다.

▶프랑스 그르노블경영대 자닌 라잘레타 교수의 연구팀은 왜 불경기에 복고열풍이 부는지 연구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향수를 느끼는 순간 돈에 대한 욕망이 약해진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돈을 쫓기보다는 오히려 향수를 통해 사회적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그래서 인지 요즘 복고 트렌드가 다시 고개를 들고있다. 옛날 집이나 옛날 목욕탕 등 오래된 공간을 재현한 핫플레이스에 1020세대들이 몰려가고 있고 심지어 할매와 밀레니얼세대를 합친 ‘할매니얼’까지 등장했다. 옛 감성에 푹 스며들고 있는 젊은세대들의 복고열풍이 반갑기는 하지만 이들이 ‘경기불황은 복고열풍’이라는 전철을 밟는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다.

정만석 창원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