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사면카드에 “정치쇼” 역풍

민주당 게시판에 사퇴 요구 전직 대통령측 “노리개 취급”

2021-01-04     이홍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꺼내든 ‘이명박·박근혜 사면 카드’가 당내 반발로 사실상 무산되자 두 전직 대통령 주변에선 “정치쇼를 하나”는 격앙된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등 새해 여권에 사면론 역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을 꺼내들었다. 이 대표는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며 “국민 통합을 위한 큰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정청래 의원은 “탄핵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이 용서할 마음도 용서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안민석 의원은 “촛불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했다.

이후 지난 3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 긴급 간담회에서 당 지도부는 “국민의 공감대와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결론냈다. ‘당사자 사과’를 전제로 사실상 사면에 대한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4일 유튜브로 생중계한 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는 이 대표가 사면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원들과 일부 지지자들은 대화창에 “이낙연은 사퇴하라” “당 대표 자격없다” “이낙연은 국민의힘으로 가라”는 댓글을 달며 이 대표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최고위를 마친 뒤 “오늘 사면 관련 논의는 전혀 없었다”며 “의원들과 당원들 간 의견 공유가 진행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주변에선 “사면 결정권자가 당사자에게 공을 넘기는 것은 전례가 없는 어불성설”이라며 “14일 예정된 박 전 대통령 최종심 선고를 앞둔 ‘간보기’ 아니냐”비판이 쏟아졌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4일 ‘조건부 사면’ 제안과 관련해 전직 대통령들을 “시중 잡범”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기현 의원도 전직 대통령들을 ‘노리개’ 취급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의 서청원 전 의원도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데 이제 와서 당사자들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아주 비도덕적인 요구”라고 했다. 이정현 전 의원은 “정권만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을 거듭 희생물로 삼는 정치 쇼는 자제해야 한다”며 “벼랑 끝에 몰린 지지율 반전을 위해 정치화하는 극악무도한 짓”이라고 반발했다.

야당에서는 문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요구하며 청와대를 정조준하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사면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며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자신이) 한 말에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재판에서 두 분 다 억울한 점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건에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는 건 사면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라며 “자신들이 집권하고 있다고 사면을 정략적으로 활용한다든지 장난을 쳐선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본인의 생각을 국민 앞에 밝히는 게 정도”라고 말했다.

이홍구기자 red29@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