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비 건립

합동 참배 공간·교육장 활용

2021-01-12     박준언
김해시가 한국전쟁 당시 ‘국민보도연맹 사건’ 등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민간인들의 넋을 달래기 위한 위령비를 건립했다.

‘국민보도연맹 사건’은 1950년 6월 25일부터 9월 중순까지 이승만 정부가 ‘좌익사상에 물든 이들을 전향시켜 보호한다’는 취지로 조직된 국민보도연맹원을 군 정보국과 경찰, 헌병, 우익 청년단원들이 소집·연행·구금한 후 집단 학살한 사건이다. 학살 규모는 각 군 단위별로 적게는 100여명에서 많게는 1000여명 정도가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해시는 삼계동 근린공원 내에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위령비와 조형물 설치를 완료했다고 12일 밝혔다. 위령비는 가로 1.6m, 세로 6m의 3개 기둥으로 구성됐다.

전면 좌측 기둥에는 ‘백운고비(白雲孤飛·푸른하늘에 흰 구름이 외로이 떠다닌다)’라는 한자성어를 넣어 억울한 영령들을 달랬다. 우측 기둥에는 ‘추모기’를 새겨 한국전쟁 당시 김해지역은 인민군에 점령되지 않은 후방임에도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됐다는 점을 알렸다. 또 기둥 사이에는 금속 재질로 손과 손이 닿는 형상의 조형물을 설치했다. ‘그리움과 위로’를 상징하는 이 조형물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숙연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김해지역에서는 272명이 공권력에 의해 희생됐지만, 생존자들의 증언 등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이보다 훨씬 많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해시는 지난 2019년부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김해시 희생자 유족회’와 위령비 건립사업을 추진해왔다.

김해시 한흔희 자치행정과장은 “위령비는 사망 시점은 물론 유골조차 찾지 못한 유족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참배 공간을 제공하고, 무참히 희생당하신 분들에 대한 역사적 진실과 전쟁의 참혹함을 후대에 알릴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준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