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2] 아직 햇살 쪽에 있어

2021-01-14     경남일보

 

어느 하루든 공평한 오전과

오후가 있어 자연들은 불평들이 없다

어느 새 묻은 반백(半白)을 털어내려다

어깨에 그늘 묻히고 말았지만

괜찮아, 아직 햇살 쪽에 있잖아


-박해람(1968년~ )



오전과 오후는 ‘공평’을 말하고 ‘반백’은 그늘과 빛의 반반이며, 흰색과 검은색이 반반 정도인 머리털이고 현미와 백미가 반반 섞인 쌀이기도 하다. 언뜻 공평과 반백은 균형이 맞는 듯하지만, 반반인 반백은 중의적이어서 공평보다 확대되었다. 무게중심이 자연사보다 인간사에 쏠려있다.

시인의 괜찮다는 이야기는 무언가를 애써 견디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흰머리, 쉰 살이라는 나이는 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어느 새”가 가져온 것들임을 암묵적으로 강변이다. “그늘” 같은 궂은 일도 ‘어느 새’가 몰고 왔다. 시인이 견디는 것은 그 상황이다. 긍정을 배태한 상태에서만 가능한 견디기인 셈이다. 반은 “아직 햇살 쪽에 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두의 생은 긍정 쪽으로 기울어 있다.

-최광임(디카시 주간·두원공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