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트롯

2021-01-18     경남일보
전통가요로 인식되는 트롯 열풍이 거세다. 기성 인기가수를 심사석에 앉히고 경연을 벌이는 프로그램이 방송 곳곳에서 열린다. 경연가수들의 역량도 대단하다. 케이블 방송(PP)이 먼저 개시했고, 지상파 방송도 자존심을 뭉개면서 슬그머니 대열에 숟가락을 얹었다. 가히 돌풍이다.

▶중학교때부터 트롯을 좋아했다. 특히 지난해 추석에 선풍을 일으킨, ‘가황’으로 불리며 카리스마 넘치는 그 가수 노래는 거의 알고 부를 정도였다. 친구들로부터 비아냥도 들었다. “또 그 가수냐?”, “영어권에 오래 유학했는데 ‘팝’ 하나도 모르냐?” “트롯말고는 아는 게 없냐?”와 같은. 노래 부를 때 마다, 늘 그 장르였다. 그런 핀잔을 지금도 듣는다.

▶그런데 지금은 그 가수를 좋아하지 않는다. 학창시절에 듣던 서정감 넘치는 가사에 그의 원음 목소리에 여전히 심금이 요동치지만, 지금 그의 노래 듣기가 싫어졌다. 여기에다가 많은 사람이 시청한다는 열풍의 현장인 ‘트롯’ 방송프로를 한번도 시청한 적이 없다.

▶지나친 ‘꾸밈’에 식상했다는 이유가 본연의 ‘카타르시즘’인지 모를 일이다. 방송사의 현란한 연출, 고급 영상미가 왜 흠이겠는가. 신인가수들의 빼어난 가창력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에 목맨 방송의 상업적 향배에 낚이고 싶지 않음은, 시류와 유행에 끼지 못한 열등감의 발로라 해도 할 말은 없다. 그렇다 한들, 방송에 취한 일부 출연자나 티나는 눈속임 허식에 가슴속 오랜 ‘트롯’ 동질감 이반을 숨기기가 쉽지 않다.
 
정승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