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 고용-부동산-교육에 달렸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2021-01-27     경남일보
0.90명.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합계출산율이다. 가임기간을 15~49세로 봤을 때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1명이 채 안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명에도 못 미친다. 실제 지난해 출생아 수는 약 30만 명으로 사상 최저치였다. 추세대로라면 현재 약 5200만 명인 우리나라 인구는 2067년 무렵 3900만 명으로 급감한다.

268조9000억원. 지난 2006년부터 13년간 역대 정부가 저출산 고령화 대책에 투입한 예산 규모다. 문제가 한층 심각해진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만 해도 무려 116조8000억원이 투입됐다. 2015년 1.24명이었던 국내 합계출산율은 2016년 1.17명, 2017년 1.05명으로 매년 가파르게 떨어졌다. 헛돈만 썼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저출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본질적인 곳에서 그 해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첫째, 고용문제다. OECD는 ‘2020년 국제인구 학술대회’에서 이른바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생활의 균형)’과 고용문제에 초점을 맞춘 몇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해 졌을 때 비로소 저출산 문제도 해소될 수 있고, 이를 위해선 근로자의 출퇴근 및 근로시간을 자유로이 정하되 그에 맞게 급여를 지급하는 유연근무제 활성화, 근로자가 원하는 시간대를 골라 일할 수 있는 시간제 정규직 일자리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육아휴직 급여를 높이고 그 형태도 남녀 균등하게 다양화할 것, 직장내 성별 임금격차를 해소할 것,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을 최소화하고 여성에 대한 높은 가사 의존도를 사회적으로 해소할 것, 만 7세 미만의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더 높이고 출산과 양육 관련 세제 혜택을 확대할 것 등을 주문했다.

둘째, 부동산 문제다. 젊은 부부가정의 주택 구입비용을 지금보다 낮추려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 주거용 부동산의 주요 실수요자인 젊은 부부들은 최근 가파르게 오른 집값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구입은 고사하고 전세를 살더라도 서울지역에선 최소 수억 원이 필요한데 추후 많은 돈이 드는 출산까지 생각하기는 어렵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젊은 세대에서 결혼을 해도 아이는 낳지 않으려는 맞벌이 부부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가 급증하는 이유다. 이에 정부는 그간 공공택지에만 적용됐던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 적용하여 택지비와 건축비를 더한 수준으로 분양가를 제한하는 방안까지 내놓으면서 집값잡기에 나섰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셋째, 교육 문제다. 미래 학부모들을 미리 위축시키는 고질적인 교육 문제도 오늘날 저출산의 근본원인 중의 하나다. 수십 년째 입시 경쟁이 치열한 사회 분위기 탓에 학생들은 과도한 정규 학습과 방과 후 학습에 내몰리고 있다. 더욱이 많은 돈이 드는 사교육에도 진을 빼고 있다. 사교육이 필요하지 않도록 공교육 투자를 한층 늘리고,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에 초점을 맞춘 방과 후 교육 서비스 확대에 정부가 더 힘쓸 때이다. 이와 관련하여 선진국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한 가지 예로 프랑스는 1993년만 해도 합계출산율이 1.05명이었지만 2012년엔 2.02명을 기록했다. 이 기간 프랑스 정부는 아이들의 90% 이상이 국가가 운영하는 공립유치원에서 무상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 분야의 개선은 프랑스처럼 인구절벽 극복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급한 과제 중의 하나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