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4]‘절규’

2021-01-28     경남일보


붉은 잉크가 엎질러졌다.
쥐라기의 하루가 붉게 물든다.
돌아갈 곳 없는 뭉크가 붉게 운다.
스밀 곳 없는 내가 따라 운다

-윤수하 시인 ‘절규’


하루 낮밤 안개가 지독히도 짙더니 날이 풀렸다. 요 며칠 따뜻한 기온만으로도 봄을 느끼기엔 충분하고도 넘친다. 2020년은 추워도 너무 추웠다. 1년 넘도록 지속한 코로나19 펜데믹 상태는 경제난에 외롭고 그리운 것들까지 눈덩이처럼 불렸다. 체감온도만으로도 영하였다.

어쩌면 저마다 피 토하는 심정으로 견디고 있을지 모른다. 하필 시인의 눈에 저리 붉은 석양이 들어온 것도 같은 이유는 아닐까. 쥐라기의 공룡들이 긴 목을 화염 속에 걸어두고 있었고 석양의 뭉크도 돌아갈 곳을 알지 못했다. 잉크조차 엎질러진 지 오래여서 이 시대 시인의 언어는 어디에도 스미지 못한다. 시공을 넘나든 것들이 붉게 울뿐이다. 지금 우리도 절규의 시대를 사는 것이다. 그런데도 봄은 온다.(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