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의 포엠산책]까자끼 자장가를 들으며

2021-01-31     경남일보
까자끼 자장가를 들으며 /정철훈


자장가는 왜 이리 슬플까
그건 꿈에서 왔기 때문이지
이루지 못한 꿈
바유시키 바유 바유시키 바유

자장가는 전생에서 오는 것
세상이란 슬픈 곳이며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게 될지
태어나기 전부터 알기 때문이지
바유시키 바유 바유시키 바유

자장가는 태반에서부터 빙글빙글 돌아가는 음반
바늘이 운명의 표면을 긁을 때 나는 소리
하늘의 별도 그렇게 태어나고 그렇게 소멸한다지
바유시키 바유 바유시키 바유

자장가는 아기의 귀에 수면의 묘약을 흘러보내며 말하지
세상 같은 거 잊으라 잊으라
지구는 회전하고
세상의 모든 자장가는 그 회전축을 따라 돌고 있지
바유시키 바유 바유시키 바유

------------------------------------------------------------------

#poem산책… 자장가는 단순하게 아기를 재우는 것이 아니란 걸 아이를 보내고 알았다. 청년이 된 아이를 떠나보내고 나도 모르게 자장가를 불렀다. 자장가는 영영 깨지 않을 아이에게 깊고 포근한 잠을 자게 하는 진혼곡이라는 걸 왜 이제야 알게 된 것일까. 어떤 많은 일은 큰일을 겪은 후 알아간다. 나약한 인간이 끝없이 나약해지지 않기 위해 새로운 것을 붙잡고 살아야 하는 일을 생각한다. 자장자장… 바유시키 바유…. 까자끼는 코사크의 러시아어이다. 이런저런 전쟁을 겪으며 여러 나라로 흩어져 살아야 하는 코사크족의 애환이 자장가를 더 슬프게 한다. 자장가는 전생이어서 슬프고 꿈에서 왔기에 슬프고 이루지 못할 꿈이어서 슬프고 슬픈 세상에 존재하기에 슬프다. 너는 너의 별이어서 슬프고 우리 이제 다른 별이 생의 밭이어서 슬프다. 자장자장… 바유시키 바유…. 네 귀에 수면의 묘약을 흘려보낸다. 네 살던 세상 같은 거 잊고 필사적으로 달콤한 잠에 들어라. 너의 별에서 이 슬픈 자장가를 불러주는 이는 없어야 한다. 아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