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팜비치의 고민

변옥윤 (논설위원)

2021-02-01     경남일보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이 후임 바이든의 취임식을 외면하고 떠난 곳은 미국의 최고 겨울휴양지 팜비치였다. 플로리다반도, 올랜도와 마이애미 중간에 있는 팜비치는 생산공장이 없는 농원과 해변으로 이뤄진 아름다운 곳으로 트럼프는 지난 2019년 이미 이곳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팜비치가 최근 고민에 빠졌다. 트럼프가 머물고 있는 유료회원 전용 마러리고 리조트의 계약조건 때문이다. CNN은 팜비치 시가 지난날 트럼프와 맺은 주거조건에 대해 법률검토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곳의 한 주민은 경비행기에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플래카드를 달고 시위를 벌인 적이 있어 전직 대통령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이다.

▶트럼프는 퇴임 후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역대 미국대통령과는 사뭇 다른 행보에 달갑잖은 평가를 받고 있다. 탄핵과 ‘러시아커넥션’에 대한 의혹, 현재 계류중인 많은 사건의 법적 판단이 한 때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그를 괴롭히고 있다

▶만약 팜비치가 법률상의 문제를 빌미로 그를 내몰면 그의 향후 행보는 어떻게 될까. 머물 곳이 없는 떠돌이신세가 될지 모른다는 섣부른 판단도 없지 않다. 팜비치에서 심신을 가다듬고 다음 행보를 생각하겠다는 그의 계획이 궁금하다. 야자수가 우거진 아름다운 팜비치해변의 낭만이 이곳 시의 판단에 따라 깨질지 모른다는 소식에 권력의 무상함을 느낀다. 권력자의 추락에는 날개가 없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변옥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