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무치·안면몰수

이수기 (논설위원)

2021-02-02     경남일보
후안무치(厚顔無恥)의 ‘후안(厚顔)’은 염치도 없이 두꺼운 낯가죽을 뜻하고, ‘무치(無恥)’는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의미로 ‘뻔뻔하고 부끄러움이 없다거나 낯가죽이 두꺼워 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이다. 얼굴에 철판을 깔지 않고는 높은 고관대작의 직책을 얻을 수도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는 말도 한다.

▶‘후안무치’의 부정적인 말로 그동안 쌓았던 친분을 완전히 무시함을 나타내는 ‘안면몰수(顔面沒收)’란 말도 있다. ‘안면박대’는 ‘안면몰수’처럼 친분을 깡그리 무시하지는 않고, ‘푸대접함’을 말하는 정도다. 비슷한 뜻으로 ‘체면몰수’도 이따금 쓰인다.

▶정치권은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해서’라는 말을 한다. 정치인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다면 사회 전반에 남아 있는 불평등을 없애는 데 치중해야 한다. 하나 가장 열악한 환경에 처해져 있는 어려운 계층에 대해 혜택을 주는 일에 매진하며, 국민이 생각하는 더 나은 국가, 사회의 미래를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이 정치다. 정치판이 정치(政治)만 있고, 정치(正治)는 없다.

▶1년여 동안 코로나19 창궐로 시국은 전운(戰雲)이 감도는 듯하고 불안과 긴장 연속의 난세(亂世)이다. 현자(賢者)는 보기도 드물고, 간악한 권신(權臣)들이 날뛰고, 우자(愚者)들이 활보하는 세상이 됐다. 반대편의 것은 무조건 틀린다는 사고방식의 ‘내로남불 세상’이 됐다. 언제쯤 정치인들이 대의(大義)에 헌신하는 열정과 국민에게 무한 책임을 느끼는 새 정치의 소명을 펼치는 날이 올까.
 
이수기·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