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부총리의 ‘지지지지’

정재모 (논설위원)

2021-02-04     경남일보
“늘 가슴에 지지지지의 심정으로 하루하루 걸어왔고 또 걸어갈 것”. 홍남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지난 3일 한 말이다. 전날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4차 재난지원금은 국민 모두에게 주고, 손실이 큰 자영업자에겐 별도로 더 주는 것을 한꺼번에 실시하겠다고 한 데 반대하며 후자인 선별지원만 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지지지지(知止止止)는 그칠 줄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는 뜻이다. 노자 도덕경의 말인데 아마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못할 경우 사직하겠다는 각오로 들린다. 하지만 이 말을 일각에서는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다. 별 강단 있는 홍 부총리가 아니지 않느냐는 것.

▶홍 부총리는 지난달에도 정부 여당의 정책방향과 다른 의지를 드러낸 적이 있다. 정세균 총리가 자영업자들의 코로나 손실 제도화를 검토하라고 지시했을 때였다. 그때 홍 부총리는 ‘이런 경우를 법제화하는 나라는 없다’고 반대했다가 총리로부터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는 일갈을 듣고 쏙 움츠렸던 거다. 앞서 작년 11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주식 양도세 과세대상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하는 정부 안이 당청에 의해 무산되었을 때다. 그는 “누군가는 책임지는 게 맞다”면서 사표를 냈었다. 하지만 반려되었고, 슬그머니 없던 일이 되었다. 이런 행태로 그는 홍백기(白旗)니, 홍두사미(頭蛇尾) 같은 세간의 조롱을 얻었다. 심지어 이번 지지지지 발언은 짜고 벌인 반발 아니냐는 의심마저 사고 있다. 고관의 처신을 보는 대중의 눈이 이렇다.
 
정재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