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바닥

2021-02-07     경남일보
바닥    -곽향련



바닥을 들켰다.

피곤한 다리를 무심코 쭉 뻗었다가

발바닥을 바라보는 눈을 발견하고

흠칫 숨겼다.

감춰야 할 것이 발 모양이었는지

바닥이었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지만

바닥은 숨기는 것인가 보았다.

언론 속의 카메라는 바닥에다 초점을 비추는데

너도나도 아니라고 숨기는 걸 보면

분명 바닥은 들키는 것이 수치스러운 것이다.

바닥에는 비밀스러운 무엇이 그리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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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은 더 낮아질 수 없는 것들이 모여서 형태를 갖춘다.

그것을 파헤치면 퇴적층의 화석처럼 역사의 증좌가 제 멋대로

유추될 수도 있다.

죽은 사실에 새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해서나 온전한 것들이 더욱 곧게 있기

위해서는 바닥은 늘 단단하게 견디어 주어야 한다.

간직하고 싶은 것이나 감추어야 할 것들이 견고히 층을 이룰 때

비밀은 성스럽고 신비하다.

들킨다는 것은 어디가 헐거워졌다는 거다.

속살을 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부끄러운 일이다.



단단한 나의 발바닥이 다시 쳐다본다. 감사하다.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