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복수초 김수업님

변옥윤 (논설위원)

2021-02-15     경남일보
입춘을 지나 신축년(辛丑年) 원단(元旦) 무렵 복수초가 피었다는 꽃소식이 들려옵니다. 북풍한설(北風寒雪) 이겨내고 얼음속, 눈을 헤치고 노랗게 꽃잎을 내민 복수초는 이름 그대로 인내와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다복과 건강장수를 빌며 제일 먼저 새 봄을 알리는 전령입니다.

▶이 즈음이면 자신의 호부터 한글로 ‘빗 방울’이라고 지은 김수업 총장님이 그리워집니다. 지극한 한글사랑과 고향 진주에 대한 집념어린 애착이 존경스럽기 때문입니다. 첫 만남이 복수초 필 무렵이기도 하지만 그의 삶이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추상같았지만 남을 대할 때는 봄처럼 온화하면서도 불의와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 성품이 복수초를 닮았기 때문입니다. 님이 우리 곁을 떠난지도 어느듯 햇수로 4년째입니다.

▶님은 사랑하는 제자들과 함께 연암 박지원의 한문소설을 ‘한 푼도 못되는 그 놈의 양반’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작품화해 시선을 끌었습니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아 후학 교사들에게 큰 울림을 주셨고 수많은 우리 말 관련저서를 통해 한글을 지켜 오셨습니다. 향토기업가 일광 윤득용 선생과 의기투합해 동료 정병훈 교수와 진주오광대를 전승해 이를 세계적 축제로 이끈 것도 님의 향토사랑이자 집념이었습니다.

▶이제는 진주가 자랑할만한 님을 기리는 범시민적 추모행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인재를 아끼고 족적을 기리는 일은 지나침이 없습니다. 그것이 교육도시 진주의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변옥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