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백신

정재모 (논설위원)

2021-02-18     경남일보
백신은 감염병의 병원체를 약독화(弱毒化)시켜 인체에 주입하는 물질이다. 이게 들어간 몸은 이 감염체에 대한 면역체계가 형성돼 병원체 감염을 예방하거나 최소화해 준다. 1796년 영국 외과의 에드워드 제너가 당시 사망률이 40%나 됐던 천연두에 대응하여 개발한 ‘우두(牛痘)’주사가 시초다.

▶제너는 우두에 한번 걸렸던 사람은 천연두에 안 걸린다는 항설에 집착했다. 종두(種痘:우두를 몸에 심음)를 생각했던 것. 우두를 앓았던 목장 여인의 손등 종기 고름을 8세 소년의 팔 상처에 발랐다. 그리곤 6주 후 진짜 천연두 고름을 넣어도 소년은 괜찮았다. 이렇게 개발된 우두가 백신(Vaccine). ‘암소’를 뜻하는 라틴어 ‘바카(Vacca)’에서 따온 이름이다.

▶천연두 예방 백신은 19세기말 의미가 크게 확장되었다. 프랑스 미생물학자 파스퇴르가 백신의 뜻을 모든 감염병 예방에까지 넓힌 거다. 닭콜레라·탄저병·광견병백신을 두루 만든 것. 백신이란 이름도 젖소와 우두에서 감을 얻어 그가 지었다. 그 후예들이 오늘날 곳곳에서 1년도 안 되는 단기간에 코로나 백신을 척척 만들어냈으니 고마운 일이다.

▶우리도 늦었지만 내주 코로나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작년 봄 각국이 그 확보에 팔을 걷을 때 돈 생각 굴리며 딴전부렸더라는 우리 정부다. 초기 도입분의 대부분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놓느니 어쩌니 하다 일단 보류시켰지만 썩 개운치는 않다. 하나 마침내 우리한테도 희망의 영약이 왔다 싶으니 마음 든든한 것도 사실이다.
 
정재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