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이슬방울 우주

2021-02-21     경남일보
이슬방울 우주 /박제천


뉘엿뉘엿 해가 지는 강물 반짝이는 윤슬
모두 다
이슬방울 속이다

가지 마, 가지 마, 소리 뒤로 사라진
이별도
이슬방울 속이다

이슬방울 물결에 떠도는 별빛,
추억의 기록들,

그대 입술, 그대 혀, 그대 숨소리
모두 다 이슬방울 속이다

몸을 뉘이자
꽃술을 아무리는 금강초롱꽃, 한 방울
이슬방울 우주를 그대에게 실어 보내는 저녁노을,

이윽고,
이슬방울 달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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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울의 이슬에 우주의 위대한 섭리를 대입하였다.

자연이나 사람살이나 모두가 시간과 조건의 조화에서

소멸하고 생성되고 또 부침 되는 것

일상을 공활한 우주의 눈으로 내려다본 시 한 편,

거시의 눈으로 본 세상은 찻잔 속의 회오리다.

무념(無念)과 무상(無想)의 조용한 일갈의

시인의 말씀도 이슬방울 속이다.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