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잃어버린 수명

한중기 (논설위원)

2021-02-22     경남일보
세계보건기구(WHO)가 국가 간 건강 수준을 비교하는 ‘장애보정생존연수(DALY·달리)’란 개념이 있다. 질병으로 일찍 사망해 상실하는 ‘잃어버린 수명 연수(YLL)’와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장애생활 연수(YLD)’를 합해 산출한 값이다. ‘1 달리’는 ‘잃어버린 건강한 1년’으로 보면 된다.

▶울산의대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지난 해 첫 환자가 나온 이후 4월 말까지 국내 코로나 확진자 1만708명(사망자 240명)을 대상으로 달리 값을 산출했더니 4.930으로 나타났다. 코로나로 잃어버린 건강 수명이 5년이라는 것이다. 확진자가 8만 명이 넘었고 사망자도 1500명을 넘어선 현재 기준으로 추정한다면 달리 값은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스페인 연구팀은 코로나로 세계 81개국에서 127만 명의 기대 수명 2050만년이 사라졌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당시 코로나 사망자 127만9866명의 기대여명을 분석한 결과 개인별로 평균 16년 먼저 생을 마감했고, 이들의 잃어버린 여생을 모두 합하면 2050만여 년에 달한다는 것이다.

▶미국인의 2020년 상반기 평균 수명이 77.8세로 전년 보다 1년 단축됐다는 통계도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치라 한다. 잃어버린 수명은 되돌릴 수 없다. 치사율을 줄이는 게 상책이다. 백신접종과 개인위생수칙 준수 밖에 없다. 26일부터 시작되는 백신접종이 잃어버린 수명을 단축시키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중기 논설위원